조용한 농촌 마을인 포항시 흥해읍 양백리에 토요일 아침부터 대학생들의 웃음소리로 활기가 돌았다. 인근의 한동대학교 학생들이 이곳의 노후한 가옥들을 보수하러 왔기 때문이다.
지난 11월 13일, 아침8시부터 버스를 타고 모인 60여명의 학생들은 다시 4개의 조로 나뉘어져서 각자 맡은 집으로 흩어졌다.
비바람에 군데군데 칠이 벗겨진 건물 외벽과 담장은 곳곳에 금이 가고 구멍이 나있었다. 학생들은 조금 서툰 솜씨로 금 가고 구멍 난 곳을 퍼터로 메우기 시작했다. 손길은 서툴지만 그 눈빛만큼은 여느 전문가 못지않게 진지하다. 혹시라도 빠진 곳이 없나 꼼꼼히 체크하는 일은 베테랑 선배의 몫이다.
다른 대학생들이 한창 예쁘게 꾸미고 주말을 즐기고 있을 시간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한 학생들은 작업복을 입고 얼굴에 페인트가 묻는 줄도 모르고 벽을 칠하고 있다.
연로한 할머니 할아버지만 사시는 집을 도배하는 팀은 가재도구를 마당으로 꺼내는 일부터 시작했다. 유난히 천장이 낮은 이 집에서 제일 큰 가구인 이불장은 집을 짓기 전에 먼저 들여 놓고 지붕을 얹은 터라 문밖으로 꺼내는 일이 수월하지는 않았다. 오래 되어 곰팡이가 슬고 군데군데 찢어진 벽지를 걷어내고 새 벽지를 바르고 나니 좁은 방안이 훨씬 밝아지고 넓어 보인다. 그 동안 시멘트벽에 페인트만 발라서 생활하던 안방과 주방에는 이제 화사한 꽃무늬 벽지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손자뻘인 학생들이 열서넛이나 자신의 집을 찾아와선 구석구석 수리하고 칠을 해주는 광경에 할아버지, 할머니는 연신 고맙다는 말만 되풀이 하시다가 가게에서 사 오신 음료수를 학생들에게 한잔씩 따라주시는 것으로 고마운 마음을 대신하신다.
60여명이 모인 이번 사랑의 집짓기 행사는 19명의 동아리 회원에서 시작되었다. 이들은 자신들이 준비한 행사의 취지를 인터넷 게시판에 올리고 다른 학생들을 자원봉사자로 모집했다. 더 추워지기 전에 독거노인들의 생활환경을 조금이라도 도움을 드리기 위해서다. 봉사 대상도 처음 준비단계에서는 두 가구만 연결이 되었지만 사전조사를 위해 학생들이 마을을 방문하고 나서 규모가 두 배로 불어났다.
대학생활의 마지막 학기를 맞아 의미 있는 활동을 많이 하고 싶었던 차에 참가하게 되었다는 김하영 씨(22. 경영경제학부 4학년)는 “이 분들에게 '더 좋은 집'을 만들어 드린 것도 좋지만 외롭게 생활하시던 분들에게 잠깐이나마 말동무도 되어 드릴 수 있어서 기쁘다.”고 하며 “하루 종일 익숙하지 않은 일을 하느라 몸은 조금 피곤하지만 마음만큼은 어느 때보다 행복하다.”고 했다.
이번 사랑의 집짓기 행사는 한동대학교에서 실시한 '지역봉사활동 공모'를 통해 진행되었다. 지역사회에 어떻게 하면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인지 고민한 학생들이 제안서를 냈고, 이 중에서 15개 팀을 선발했다. 학생들의 봉사활동에 필요한 모든 비용은 학교에서 지원한다. 사랑의 집짓기 팀에서도 벽지와 페인트를 비롯해 필요한 각종 자재구입에 필요한 비용 500만원은 전액 학교예산에서 지원되었다.
한동대학교는 전교생이 재학 중 2학기동안 인근 지역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많은 학생들은 '의무'봉사기간이 끝나도 자발적으로 자신들이 사회를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서 봉사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한동대에서 항상 듣게 되는 '배워서 남 주자!'라는 구호가 학생들의 일상생활에도 녹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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