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이번 새내기로 들어온 12학번 전라남도 여수에서 온 박근옥입니다. 저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교회를 다니고 예배를 드렸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에 대한 믿음, 예수님의 존재에 대한 믿음에 관해서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그렇게 은혜 받음을 느끼지 못함으로 인해 교회에서의 활동도 거부하게 되었고, 결국은 중·고등부 예배에서 어른예배로 옮겨서 주일예배를 드렸습니다. 한마디로 하면 도망간 것이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제 자신의 외모 특히, 통통한 몸집으로 인해서 뒤에 있는 누군가가 웃으면 저를 보면서 웃는 것만 같았고 저의 행동에 대한 조롱을 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런 자신감 결여가 사람들을 피하는 상태까지 이르게 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을 겉으로 쏟아 내지는 않았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남을 배려하고 남을 위하는 사람이 되라는 가정교육을 받아와서 그런지, 제 자신의 감정을 잘 추스르고 다스리는 데 익숙해져 있었고 어느새 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을 잊어버리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상태로 중학교를 지내고 고등학교 진학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집에서 떨어진 장성고등학교를 다녔던 적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가장 힘든 때이자 하나님의 말씀을 묵상하고 간절한 기도로써 하루하루를 채워야 했던 짧지만 긴 반년의 기간에 대해 말씀 드리겠습니다. 처음 고등학교에 설레는 맘으로 입학하였는데, 기다리고 있는 것은 수능이라는 너무나도 험악한 현실이었고, 집에서 떨어져서 혼자 서야 한다는 부담감이 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어려서부터 눌러왔던 제 자신을 드러내지 못하는 저의 잘못된 버릇은 자신들의 이익을 채우고 극단적으로는 남을 이용하는 아이들로 인해 곪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어느 순간 ‘나는 도대체 왜 참고 살고 있는 것일까? 과연 착하다는 말이 좋은 말인가? 이용당하고 있지 않은가? 정말 싫은데 왜 웃고 있는 것인가?’라는 생각에서 너무나도 괴로웠고 저를 잘 아는 선생님이나 친구들과 제 친동생은 제 자신이 ‘가면우울증’에 걸린 것 같다고 지적하여 주었습니다. 제 자신 또한 느끼고 있던 것들을 다른 사람들에게 들키고 이용만 당한다는 생각에 그 때까지 쌓여 있던 울분들이 한꺼번에 폭발하는 상태에 이르렀습니다. 하지만 이것 또한 어느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습니다. 아버지께 말씀 드리면, 속상함에 화를 내실 것 같았고 어머니께 말씀드리면 너무나도 마음 아파하실 것을 알기에 말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항상 그래 왔듯이 혼자 속으로 이 모든 것을 감당하려고 애써 내 마음의 울분을 외면하였습니다. 하나님께 아무런 죄도 아픔도 또 그 속에 있는 기쁨조차도 고백하지 않은 채...
그러다 어느 순간 성경을 펴고 잠언을 읽기 시작하였습니다. 잠언 한 구절 한 구절을 읽으면서 하루 동안의 내 잘못을 반성하고 회개하고 슬픈 일들은 하나님 아버지께 엎드려서 기도드렸습니다. ‘아버지, 항상 모든 일을 지혜롭게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라며 매일 기도하였습니다. 조금씩 괜찮아지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너무나 늦어버린 걸까요? 아니 지금 생각하면 이것도 하나님의 계획이셨음이라고 믿습니다. 저는 모르는 사이에 제 자신에게 쌓여있는 슬픔을 ‘폭식증’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풀어가고 있었습니다. 학교에서 기댈 곳을 찾지 못해서 아무것도 먹지 않고 먹는 다고해도 양으로는 하루에 한 끼 식사의 양조차 될 수 없는 양을 먹고 집에서는 보이는 대로 먹으면서 심리적으로 얼마나 흔들리고 있는지 얼마나 내가 지금 힘든지를 말하고 있었습니다. 결국, 저는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여수로 돌아왔습니다.
너무나 힘든 상황에서 여수로 돌아옴은 부모님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 안정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타지에 나가서 적응하지 못하고 돌아왔다는 약간의 ‘패배자’라는 느낌의 분위기가 저를 여전히 압박하고 있었습니다. 그 때마다 또 말씀을 붙잡고 기도를 하였습니다. ‘아버지, 아버지 뜻대로 하시옵소서. 아버지 그 뜻 안에서 지혜를 주시옵소서.’ 라며 당당하게 대응하고 학교생활을 하나하나 이어갔습니다. 그러나 정말 인간이 얄팍하고 영악한 것이 어느 정도 몸도 마음도 편해지니깐, 그렇게 간절하게 찾던 하나님을 현실에 있는 미디어에서 얻는 재미, 다양한 놀이에서 얻는 재미로 물들어 아버지를 점차 잊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정말 힘이 들 때, 고1 때처럼 하나님을 찾지 않고 현실적·물질적 산물에서 그쳐 혼자 해결하려고 하는 악순환이 다시 시작 되었습니다.
고등학교 생활에서 수능시험이라는 부담감 때문에 가장 지치는 시기인 고3. 고3 때의 저는 장성고등학교에 와는 다른 방법으로 힘든 일을 이겨내려고 하였습니다. 바로 ‘음악’입니다. 고3 때의 반은 정말 지금 생각하여도 아찔합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아무리 다른 사람들과 잘 지내려고 노력하여도 반 안에서는 적어도 1명의 사람과는 좋지 않은 관계로 발전하는 경우가 생겼는데, 이번에도 같은 반에서 다른 아이들을 욕하고 괴롭히는 아이와 이런 관계로 발전하였습니다. 정말 힘이 들었습니다.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고 정말 그냥 크게 말하여서 상처를 주고 외모에 대한 지적으로 상처를 주고 성적과 같은 민감한 부분을 다른 아이들에게 말하고 다니면서 또 심지어 가족의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 하는 그 아이를 보고 어떻게 해야 할 지 정말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냥 생각나는 것은 ‘누가 너에게 무슨 말을 하든지 용서하라’라는 새해가 시작하면서 뽑았던 말씀 뿐 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말씀에 손이 갔지만, 점차 말씀이 아닌 음악으로써 어떻게든 제 자신을 치유해보려고 하였습니다. 그러다가 점점 지쳐만 가고 공부는 하기 싫고 ‘도대체 왜 나에게 저러는 것일까? 내가 저 아이와 싸워야 하는 것일까?’ 라는 생각을 하루에 수십번도 더 한 것 같습니다. 그러다 2학기쯤 되니깐 무시하자라는 생각이 마음을 끌고 가서 점차 마음에서 ‘모두들 친하게 지내자’라는 부담감을 내려놓게 되었습니다. 이런 과정 속에서 저는 친구와 가족과 지인을 통해서 ‘한동대학교’에 대한 소식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정말 모르고만 있던 이 학교를 점차 알아갈수록 정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수시 준비를 하게 되었는데, 이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부터 수능을 보고 난 후까지 또 친구와의 작은 문제가 발생하였습니다. 이번에도 저는 ‘맞서야 하는 것인가?’라는 생각에 밤을 설치며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후에 부흥회 때 설교를 듣는데 “굳이 왜 너 자신이 너의 원수를 정죄하려고 하느냐, 네가 가만히 있어도 아버지께서 너의 원수를 벌하신다.”라는 말을 듣는 순간 지금까지 제가 말씀을 어떻게 잘못 해석하는지 느끼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수능성적, 다른 대학에 대한 꿈이 산산조각이 났습니다. 사실 저는 한동대도 오고 싶었지만, 공무원이신 아버지, 롯데마트에서 힘들게 일하셔서 겨우겨우 교육비를 만들어 내시는 어머니를 생각하여 공부해서 서울시립대와 같은 학비가 싼 국립대학에 더 큰 기대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수능시험까지 모두 다 끝난 후 다른 어느 곳도 갈 수가 없는 상황이 되어 있었습니다. 어느 곳을 갈까 정말 신중하게 고민하고 있던 중에 수시를 추가로 합격하여 이 대학교에 들어오게 되었을 때, 어머니께서 “하나님께서 너를 여기로 이끌려고 다른 어떤 생각도 하지 못하게 사방을 막아 놓으셨네.”라고 웃으면서 말하셨고 이모께서도 “너는 대학에 가서 진정하게 믿게 될 거야.”라고 하셨습니다. 그 때는 그 말이 무엇인지 몰랐습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정말 하나님께서 하나님의 대학 ‘한동대학교’로 이끌어 주신 것 같습니다. 고등학교 때의 고난으로 인해서 진정으로 하나님을 믿는 계기를 만들어 주시고, 순간의 자만으로 인해서 어떤 고통이 오는지 하나님을 잊고 사는 것이 얼마나 힘이 들고 괴로운지 배웠고 그래서 더욱 하나님 아버지께 매달리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혹시 힘든 학우님들이 있으면 말하고 싶습니다. ‘자신이 이겨낼 수 있다고 혼자만 모든 짐을 지고 있지 마세요.’, ‘노력하더라도 아버지께 고백하고 아버지께 지혜를 구하여 주의 빛 가운데서 이루어지게 하세요.’ 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여기까지 이끄신 하나님께 감사드리고 그 여정으로 인해 한동대학교를 얼마나 사랑하게 되었는지 얼마나 감사하고 있는지 기쁜 마음으로 고백합니다. 그리고 앞으로의 여정에서도 아버지 계획하신대로 이끌어주시길 원합니다. 감사합니다.